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능력이 다른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을까. 이현준 작가의 장편소설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하는 세계에서 작은 전기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가치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작품이다.
지난 8월 31일 출판사 말그릇에서 출간된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은 초능력과 외계인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성장과 공동체의 관계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정윤아는 몸에서 20볼트의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쓸모없는 정전기 정도로 여긴다.
윤아에게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영웅인 언니 승아가 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언니와 달리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윤아는 타인과의 접촉마저 두려워한다. 평소 착용하는 고무장갑은 전기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윤아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변화는 윤아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알린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윤아는 알린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다.
작품에서 윤아는 혼자 생활하는 할머니의 고장 난 리모컨을 고쳐준다. 다시 켜진 텔레비전을 보며 기뻐하는 할머니는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른 사람의 손길을 경계하던 윤아가 따뜻한 접촉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차가운 김밥을 데워주는 장면 역시 작품의 주제를 보여준다. 거대한 위협에 맞서는 영웅의 능력과 비교하면 작은 행동이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일이 된다. 윤아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힘을 평가하는 기준을 바꾸어 간다.
이현준 작가는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을 집필하며 눈에 띄는 성취보다 일상에서 타인을 돌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작고 소박한 그 온기가 모여 끝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라며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20볼트짜리 작은 불씨를 품고 살아갑니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작품의 또 다른 축은 영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윤아는 외계인의 위협과 영웅을 둘러싼 진실을 마주한다. 작가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영웅의 이미지와 실제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대비하며,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제목의 '20볼트'는 윤아가 가진 전기의 세기이자 스스로 작다고 여기는 능력을 상징한다. 특히 '충분히'라는 표현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음을 기록한 이현준 작가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글을 통해 온기를 건네고 싶었다고 밝혔다.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은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는 청소년부터 일상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이다. 소설은 윤아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떤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