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마약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청소년 약물 오남용, 예방의 초점을 옮겨야 할 때

시험을 앞둔 독서실 책상 위에 작은 알약 몇 개가 놓여 있다. 아이들은 이것을 마약이라 부르지 않는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 친구가 집중이 잘된다며 건넨 약, 살을 빼려고 먹는 약일 뿐이다. 청소년 약물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텔레그램과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불법 마약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 곁의 위험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먼저 불법 마약의 흐름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검찰청이 올해 7월 발간한 「2025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2만 3,403명으로 3년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10대는 674명이었다. 경찰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집계 기준이 달라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흐름을 보여 준다. 경찰에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023년 1,06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442명, 2025년 470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올해는 7월까지만 370명이 검거돼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검은 마약 거래가 대면 방식에서 텔레그램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옮겨 갔다고 분석했다. 1편에서 다룬 청소년 도박이 스마트폰 배너 하나로 시작되던 구조와 그대로 겹치는 대목이다.
처방전 뒤에 숨은 오남용
그러나 숫자로 드러나는 마약사범보다 더 넓게 퍼져 있는 것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서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조사했다. 의료용 마약류를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써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5.2%로, 흡연 경험률 4.2%보다 높았다. 최근 6개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약은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였다. 약을 구한 곳으로는 약국이나 병원을 꼽은 응답이 57.8%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10대 의약품 중독 환자는 2020년 1,375명에서 2024년 1,918명으로 39.5%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중독 환자가 1.5%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수치가 말해 주는 것은 아이들이 약을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 성적과 외모를 관리하는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ADHD 치료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식욕억제제는 살 빠지는 약으로 불린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이니 안전하다는 믿음은 경계심을 낮추고, 입시와 외모에 대한 압박은 그 틈을 파고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 현황 통계」를 보면 ADHD 치료제 처방량은 5년 사이 크게 늘었다. 식약처는 이를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치료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했다. 다만 약이 흔해질수록 가정 안에서 관리되지 않은 약이 다른 손으로 건너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응급실 간호사로 오래 일하면서, 약은 쓰는 사람과 목적에 따라 치료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는 전두엽이 아직 자라는 시기라 스스로 멈추는 힘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약을 반복해서 먹었을 때 의존과 부작용의 위험도 어른보다 클 수 있다고 본다. 성적을 올리려고 시작한 한 알이 잠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약으로 이어지는 순환은 1편에서 본 도박의 늪과 닮아 있다. 즉각적인 보상에 쉽게 끌리는 청소년의 뇌, 그리고 그 대상에 손쉽게 닿게 하는 환경이라는 두 조건이 같기 때문이다.

예방의 초점을 옮겨야 할 때
이런 흐름을 생각하면 지금의 예방교육은 방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교 마약 예방교육은 대체로 불법 마약의 위험과 처벌을 알리는 데 무게를 둔다. 물론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유혹은 낯선 사람이 건네는 마약보다 친구가 나눠 주는 처방약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하는 다이어트 약에 더 가깝다. 예방교육은 겁을 주는 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처방약을 올바르게 쓰는 법, 남의 약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 원칙, 성적과 외모에 대한 압박을 약 없이 다루는 방법까지 함께 다루어야 한다.
가정의 역할도 다시 보아야 한다. 집 안 약장에 남은 처방약을 정리하고 아이가 먹는 약의 이름과 양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남용의 문턱은 높아진다. 아이의 잠과 식사, 기분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 그것을 사춘기 탓으로만 넘기지 않는 관심도 필요하다. 처방하는 의료기관과 조제하는 약국 역시 청소년에게 약을 건넬 때 한 번 더 설명하고 확인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 약물 오남용은 어두운 골목이 아니라 아이들의 책상 위와 가정의 약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 약물 예방이 처벌의 공포를 가르치는 교육에서 약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스마트폰과 게임 과의존이 도박, 약물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통계 출처: 대검찰청 「2025 마약류 범죄백서」(2026.7 발간); 경찰청 자료,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실 제출(2026.10 보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남인순 의원실 제출; 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2025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 현황 통계」(2026.6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