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을 만나러 갔는데
어떤 곳은 일을 하러 갔다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처음에는 일정 하나, 강의 하나 때문에 찾아갔는데 자꾸 다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느새 내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임실 성가리에서 도시재생교육과 환경교육, 치즈 체험 강사로 활동해 온 양수정 시인에게는 성가리와 치즈가 그런 인연이었던 것 같다. 사람을 만나러 갔는데, 돌아보니 그 만남들이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사람을 붙잡다
한 사람이
성가리를 만나고
치즈를 만나고
사람을 만났다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 만남들이
한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
_양수정
처음에는 ‘한 사람이 사람을 만났다’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그런데 마지막에 방향이 바뀐다. 내가 사람을 만나러 다닌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사람들이 나를 붙잡아 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고 나섰다가 오히려 내가 힘을 얻어 돌아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조금 오래 머물게 된다.
일이라는 것도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것을 가르치러 간다. 그런데 자꾸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우는 쪽이 바뀔 때가 있다. 치즈 만드는 법을 알려 주러 갔다가 그곳 사람들의 삶을 배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오히려 아이들의 한마디에 힘을 얻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 일을 왜 계속하고 있지?’라는 질문의 답이 월급이나 일정표가 아니라 사람 얼굴 속에 있을 때도 있다.
양수정 치즈시인의 시에는 ‘소명’이라는 조금 큰 말이 나오지만, 그 뒤에 붙는 장면은 오히려 소박하다. 성가리를 만나고, 치즈를 만나고, 사람을 만났다. 삶의 방향이 꼭 거창한 사건에서 정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한 장소를 오래 드나들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발견하면서 조금씩 길이 생긴다.
치즈는 금방 익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 맛이 달라진다. 양수정 시인이 ‘치즈시인’으로 불리는 것도 어쩌면 그런 시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기다리고, 함께 지내면서 자신도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왔을 테니까.
그래서 이 시의 마지막은 오래 남는다.
‘그 만남들이 / 한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
사는 동안 내가 붙잡아 준 사람만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붙잡혀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시인 소개

양수정 시인은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임실 성가리 한국 최초 치즈 발상지 도시재생교육팀에서 활동하고, 환경교육 강사와 임실 치즈테마파크 치즈 체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 명상단식원 원장, 노인복지시설 사회복지사 등을 지냈으며 2009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임실문인회·원불교문인회와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하시 2기·3기·5기 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시집 ‘나는 임실이었다’, 동인시집 ‘내일도 아하!’와 아하시 3집 ‘언제나 아하!’를 출간했다.


